Home > special report > 주요기사 > 2016.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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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의 위기극복과 전략
기업구조조정, 빠른 실행이 중요
기업 강점 살린 과감한 변신이 필요
 

바로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이다. 조선업계에서 시작된 기업구조조정이 해운업으로 퍼졌고 앞으로 더 확산될 수도 있다. 풀기 힘든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똑같은 고민을 했던 일본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인지 다나카 겐지 일본투자정책은행(DBJ 경제조사실장의 ‘일본 기업의 위기극복과 전략’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본 경제는 1990년대초 버블 붕괴 이후 20년간 저성장을 경험했다. 1992~2011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0.8%에 불과했다.
금융 기능 미비, 디플레이션의 영향, 생산성 부진, 만성적인 수요 부족 등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로 논의됐지만 아직 결정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산업 재편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귀중한 경영 자원이 수익성 없는 분야에 묻혀있던 것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성장을 제약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기업회생절차 미루다 화 키워
과거 일본에는 메인뱅크(주채권은행)를 중심으로 한 기업관리 매커니즘이 존재해, 1970년대까지는 부실기업을 주채권은행 주도로 회생시키거나 정리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면서 시장 중심의 자금조달이 늘어나졌고 은행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낮아져 산업계에서도 은행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동시에 주채권은행의 기능도 저하됐다. 그 후 1980년대 후반에는 버블 경제로 기업실적도 호조를 보였기에 그런 채로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를 맞게 된 것이다.

버블이 붕괴되자 기업의 수익은 악화되고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담보 가치도현저히 떨어져 은행의 부실 채권 문제가 발생했다.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업회생의 기능이 이미 약해진 터라 경영 위기에 직면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기업 회생은 ‘조기 착수’가 철칙이다. 위기조짐을 조기에 발견하고 빨리 대처하면 피해가 적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경영 파탄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기업과 은행이 함께 곤경에 빠진 가운데 일본에서는 ‘조기 착수’가 아닌 ‘보류’로 대처했다. 기업은 대규모 해고를 원하지 않았고 은행 측은 채권 포기에 따른 부실 채권의 확대를 회피하고 싶어했다. 기업과 은행 양쪽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경기회복만을 기다리는 ‘개혁 보류’였던 셈이다.
그 결과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한해 10조 엔 대에 머물던 불량채권 금액이 1996년 30조 엔에 육박하는 등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02년엔 40조 엔을 돌파했다.<그래프 참조>

당시 은행이 부실 채권 문제로 시달리는 가운데, 한 해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이자도 낼 수 없는 기업이 추가대출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다수 존재했다. 결국 은행 건전성을 되찾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일부 은행에서는 건전성을 확보할 때까지 국유화가 이뤄졌다. 이렇게 2003년경부터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는 겨우겨우 해결국면으로 향하게 된다.



이해 조율할 제3자 역할 중요
일본에는 같은 업종 내에 다수의 기업이 존재한다. 이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며 도탄에 빠지자 기업 뿐 아니라 개편에 따른 산업 재생도 필수적이었다.
은행이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 공적기관이 관여한 것처럼 기업에 대해서도 공적인 후원 구조가 채택됐다. 시장 기능만으로는 기업과 산업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과 은행의 이해가 얽히고 꼼짝달싹 못하는 기업 회생을 위해서는 중립적인 제3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결국 1999년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이하 산활법)을 만들어 산업 재생을 촉진시키기 위한 법 제도를 정비하고, 2003년에는 제3자 역할을 할 산업재생기구가 설립됐다. 산업재생기구는 유용한 경영자원을 보유하고도 과다한 채무를 지고 있는 기업에게 채권매입, 대출, 채무보증, 출자, 경영컨설팅 등을 지원, 2007년까지 41개 기업을 재생시키고 해산했다. 이는 시장의 실패가 복원되면 나머지는 시장 매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버블 붕괴 후의 경기 침체가 기업의 경영 악화를 부른 것은 틀림없지만, 기업이 도탄에 빠진 원인은 기업에게도 있었다. 시장을 잘못 판단하고 단행한 과도한 투자와 무리한 경영 다각화 실패, 그리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못하고 개혁을 미룬 것이 피해를 확대시킨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호황기에도 몸조심하는 조선업
‘기업 구조조정은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 다만 한 가지 틀림없는 것은 회생의 원천은 기업이 보유한 신기술(seeds)밖에 없다는 점이다. 각각의 기업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무엇을, 어디로 뻗어 나갈지 결정해야 한다.

구체적인 기업 구조조정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이 공업화하는 계기를 만든 (천연)섬유산업은 화학섬유의 대두로 곤경에 빠졌다. 국가 주도로 화학섬유를 육성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해외 기업과의 경쟁으로 과열 경쟁으로 빠지게 됐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지금도 활약하고 있다. 자사 기술력을 사업화한 탄소섬유업체, 화학제품의 이단아인 화장품 특화 기업, 섬유에서 주택으로 수입원을 바꾼 기업 등 자사의 강점을 파악해 변신하는 결단이 성패를 갈랐다.

두 번째 사례는 조선업. 일본의 조선업계는 고도 성장기 내수 확대를 견인하면서 생산 능력을 높이고 수출도 확대, 1960년대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50%로 세계 조선업의 정상에 군림했다. 그러나 1970년대의 제1차 오일쇼크로 수주가 급감했고 1980년대 후반엔 수주가 대폭 감소하면서 곤경에 빠졌다. 이에 국가 주도의 생산 능력 삭감과 합병이 촉진됐다. 그 결과 조선업계의 주요 플레이어는 달라졌지만 지금은 조선업의 특성인 수주 변동폭에 대응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 즉 호황기에도 생산 능력 증대를 피해 수주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대신 수주 변동폭이 적은 중공업 및 기계 사업부문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여 수익 안정에 주력한 것이다.

세 번째는 산업재생기구에 의한 재생 사례로 가네보가 대표적이다. 사업 다각화에 실패하면서 경영이 악화된 가네보의 구조조정을 산업재생기구가 지원했다. 포인트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화장품을 분리해 타사에 매각하고 존속회사는 강점이 있는 분야에 경영 자원을 집중시켜 재생을 지원했다.

경영 다변화로 생존 모색
자동차 산업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196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국내 판매 확대와 수출로 순조롭게 성장한 일본 자동차산업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로 전기를 맞게 된다. 거품 경제를 거치면서 떠안은 과잉 설비와 과잉 판매채널, 과잉 차종의 정리에 몰린 것이다. 구조조정과 부품 공동화를 추진하고 제휴와 재편이 진행됐다. 2000년대에는 서방경제 호황에 힘입어 수출용으로 국내 생산능력을 확대한 탓에 리먼 쇼크 후 다시 과잉설비에 직면, 동시에 엔고로 해외생산 전환을 가속화했다. 앞으로 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파워트레인의 기술혁신과 글로벌 제휴·재편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외에도 종합 전기전자 메이커 대부분이 경영 악화를 경험했지만 경영 다변화로 전환하고 에너지.철도, IT서비스, 산업용 로봇 등 또 다른 핵심사업을 찾아 특화한 사례도 있다.

미래 예측과 결단으로 극복해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변혁과 재생의 역사 즉, 기업 재생과 산업 재생의 20년이었다.
이들의 경험에서 배울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미래를 내다보고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변혁하느냐가 성패의 갈림길이라는 것이다. 곤경을 극복한 기업의 대부분은 기술 혁신과 강력한 경쟁자의 대두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앞을 내다보고 핵심 사업을 바꾸는 결단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 결단이 가능할지가 중요하다. 둘째, 기업 재생에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사업의 문제점을 조기에 인식해 조기 대응하면 피해는 작다. 반대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뒷북만 치면 피해는 확대된다. 셋째, 기업의 존속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이 중요하다. 채무 초과 기업이라고 모두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기업은 아니다. 기업의 존속가치는 장래의 이익이 예상될지 여부여서, 미래예측에 의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일본 기업·산업의 향후 과제에 대한 세 가지.

첫째, 승부의 관건을 ‘제품·서비스’에서 ‘비즈니스모델’로 옮기려는 전략이 중요하다. 일본 기업은 이 부분에서 구미 기업들에 뒤떨어지고 있다.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둘째, 기업 구조조정에는 미래를 예측하고 과감히 변화하는 자세가 중요한데, 지난해 일본 기업이 최고 이익을 올려 다급한 상황은 아니다. 이로 인해 ‘현재’에 집중해 ‘미래’의식이 희박해질 수 있다. 지금 최고의 이익을 올리고 있더라도 앞날을 향한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셋째, 경영 판단의 속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는 샐러리맨 경영자에 의한 합의제가 주류여서 결단이 늦고,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경영개혁이 중요하다.

 

김창경 기자 ckkim@fntimes.com 기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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