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money column > 2016.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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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칼럼
각자도생·인명재천


'흐흐흐!’ 비웃음이든 쓴웃음이든 허탈한 웃음이든, 일단 웃고 글을 시작해야겠다. 북한의 핵이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고, 경주지역은 아직도 여진을 걱정하는 형편이며, 한편에서는 청년실업이니 노년 빈곤이니 하는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심각한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고? 그렇다. 웃음이 나온다. 상황은 지극히 심각한데 그 해법이 지극히 코미디적이기 때문이다. 왜 코미디적이냐고? 각자 알아서 해법을 찾고 살길을 찾아야 하니까.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생존방식이니 말이다.

물론 재난이든 가난이든 자기가 처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며 살아가려는 각자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국가나 관련 당국이 모든 걸 구석구석 다 챙기며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에게 ‘각자도생’이 유행어가 된 것은 그런 긍정의 뜻은 전혀 아니다. 한마디로 ‘비아냥 버전’이다.

도대체 무엇을 했나?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시대적 풍자어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2014년의 세월호 사고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OECD 대한민국, 각자도생 불신지옥’이라는 글이 SNS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어느 고등학생이 칠판에 낙서한 글이라던데, 참으로 촌철살인이다. 정말 고등학생이 그랬다면 대단한 재치요 통찰이다.

그런데 얼마 전, 경주에 강한 지진이 일어나자 또 ‘각자도생’이 등장했다. 정부에서 별로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기 수초 전에 이미 경고가 나갈 정도인데 우리는 어땠는가?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는 무려 15분이 지나서야 발송됐고,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그뿐이 아니다. 재난대비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국회의원의 추궁에 국민안전을 책임져야 할 장관은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것”이라는 기막힌 명언을 남겼으니, 이 또한 ‘흐흐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했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에 이웃 나라가 혼쭐이 나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는가. 국민안전처는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냐고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안전처나 장관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어떤 대학에서는 강의 중에 건물이 흔들거려 지진의 징후를 느끼자 학생들이 수업 중단을 요청했지만, 한 교수는 “인명은 재천”이라는 철학적 신념을 고수하며 계속 학문연마에 몰두하도록 했다고 하니 이 또한 코미디이다. 이런 ‘강심장’이 결국 ‘불감증’을 초래하고 재난에 무방비상태, 아니 각자도생의 상태를 몰고 온 것이다.

우리의 강심장은 정말로 심장이 강한 것인지 감각이 둔한 것인지 헷갈린다. 북에서 핵폭탄 실험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며 언제 어떤 장난을 칠지 모르는 데도, ‘설마’에 의지하며 끄떡도 하지 않는다. ‘인명재천’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이충무공의 어록인 ‘사즉생’을 신봉해 이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유·비·무·환
하지만 이쯤에서 웃음을 거두고 냉정함을 되찾자.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말이다. 각자 자신의 일터와 맡은 바 업무를 돌아보며 심각한 사태나 최악의 상황에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시위기의 시대에 인명재천을 믿을 게 아니라, 유비무환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직장인들의 모럴이요 오랫동안 자리를 보전하는 ‘각자도생’의 길이 아닐까?

조 관 일
한국샌더스은퇴학교 교장·창의경제연구소 소장

 

 


 

 

편집국 기자 admin@fntimes.com 기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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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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