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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n人] 남태규 포스코 명장
“세계 최고 ‘용강 품질·생산성’ 지킬 터”
 
40년 경력 대부분 제품·기술 개발에 헌신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가리켜 “바늘로 우물을 파는” 작업에 비유했다.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내와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40여년간 뜨거운 우물을 파온 또 한명의 사람이 있다. 포스코에서도 최고의 숙련 기술자에게 수여하는 ‘명장’의 타이틀을 당당하게 거머쥔 남태규 명장이 그 주인공이다. ‘훌륭한 기술은 나눌수록 경쟁력이 된다’는 그의 따뜻하고도 진정성 있는 장인정신을 들어봤다.

     
 

남태규 명장

•1959년생 (POSCO)근속 39년
•1978년 POSCO 입사
•1994년 대한민국 품질명장 대통령 표창
•1995년 전국품질분임조 은상 대통령 표창
•1998년 올해의 포철인
•2007년 대한민국철강기능상
•포항제철소 2014 정비명인(제철소장)
•대한민국 철강기능상 수상(2007 회장표창)

 
     


“후배 직원들이 입사 10년 안에 모두 정비 명인이 될 수 있도록 제가 보유한 기술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파하는 일이야말로 포스코의 경쟁력 향상에 큰 힘이 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죠.”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업 강자 반열에 오르는 밑거름 역할을 한 숱한 명장(明匠)들 가운데 남태규 명장이 남다른 투혼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다른 명장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 앞장 섰고, 현장에서는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창의적 개선에 땀 흘렸다. 남태규 명장은 지난 1978년 입사해 줄곧 제강정비과에서 근무했다. 그는 40년 가까운 경력 중 포스코에서 수많은 핵심기술 및 조업기술을 개발했다.
남 명장이 보유한 전기설비 화재 예방시스템, 제강공장 용선 용강 유출 방지기술 등은 포스코 전체 및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 시 우수사례로 벤치마킹이 쇄도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동안의 공을 인정받아 ‘2017 포스코명장’으로 선정됐다.

치열했던 설비와의 씨름
포스코 입사는 남태규 명장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원하던 직장에 취직함으로써 꿈도 이루었고,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길도 찾은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입사한 남태규 명장은 결혼해 1남 2녀를 낳고 행복한 가정도 꾸렸다. 그런데 입사 5년차였을 때,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제강공장 핵심설비인 전로에서 취련 중인 용강의 온도와 탄소(C), 용강샘플을 측정하는 서브랜스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서브랜스가 말썽을 피울 때면 직원들은 차라리 휴가를 내고 싶다 말할 정도로 수리작업은 고된 일이었다.

“고로공장에서 생산한 쇳물은 순수한 철이라 아무 곳에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쇳물을 제강공장 전로에 넣고 온도를 1,700도까지 올려 고압의 산소, 부원료, 합금철 등을 넣어가면서 최종 제품에 맞게 강의 성분을 조정했죠. 이 일련의 과정을 취련이라고 합니다”라고 그는 당시를 기억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아… 핵심기술 역수출
제철소에서 쇳물이 유출되는 것만큼 큰 사고도 없을 것이다. 남태규 명장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97년. 용강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당시 1,300톤가량 되는 전로를 360도 회전시키거나 기울이는 전로경동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은 것. 그것도 가장 완벽하다고 믿었던 일본 메이커의 전로경동장치였다.

특히 전로경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용강도 생산할 수 없고, 오동작을 일으키면 용강유출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4개의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전로경동장치는 사용 초기에는 기본 설계대로 그 기능을 잘 유지했다. 그러나 2000회 이상 용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로 안쪽 면의 연와침식과 전로 입구에 슬래그가 붙으면서 전로가 기울어져 용강이 유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전로경동설비 모터를 가동하려면 전자접촉기와 고압차단기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데, 모두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라 수명도 짧고 단가도 비싸 부담이 많았다.
일본 메이커에서 주전자접촉기와 고압차단기를 수입해서 쓰던 상황에서 그는 진공형무접점전자접촉기를 개발하고 진공차단기를 적용하는 개가를 거뒀다. 또한 국내 최초로 일자형 접촉부를 튤립형으로 개발해 원가절감에 크게 기여했다.

실수로 낸 사고, 이 악물고 보은
“한 번은 전로경동장치에 과다하게 전류가 흘러 아크가 심하게 발생했어요. 이로 인해 접촉부가 녹아 붙어서 설비장애를 유발해 2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죠. 이를 개선하고자 국산 진공형 접촉기 교체를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진공소자 이상으로 전원을 투입하지 않은 채 현장 모터에 전류가 흘러 전로가 기울어지고 용강 유출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당시 14시간 동안 전로가 멈추고 15톤의 용강이 유출되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습니다. 현장상황이 긴박했던 점이 고려돼 징계는 면했지만, 회사에 손실을 끼쳐 암담하기만 했죠.”

남태규 명장은 당시를 40년 제강정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설비 개발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강공장 설비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와 사양 및 설계기준 대비 150%로 설계·시공돼 기초 인프라는 나무랄 것 없이 완벽했다.

하지만 개선하기도, 패턴 변경과 같은 개조를 하기에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일본에서 온 슈퍼바이저들의 철저한 보안으로 핵심기술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남태규 명장은 서브랜스 리밋센서를 개발해 ‘제강품질’을 사로잡은 데 이어, 300톤 전로를 움직이는 거대한 설비군인 전로경동장치를 완벽하게 정비하고, 핵심부품을 국산화함으로써 ‘제강생산성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그는 나일론 성분의 낚싯줄이 온도가 상승하면 늘어나 끊어진다는 점에서 착안해 터치바 타입의 낚싯줄 감지장치와 열선 감지장치를 고안해 화재발생 시 즉시 현장직원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부족하다 느낀 남 명장은 화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연구에 몰입했다.

 


후배 양성에 열정 쏟고파
그의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 끝에 현장의 중요 굴곡부, 케이블 교차지점, 케이블 접속지점, 과다 포설지점에 온도를 체크할 수 있는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상 징후 발견 시 사전 경보장치와 온도상승 내용을 즉각 표시해 조치가 가능토록 했다.

“정비를 담당하는 기술인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도 같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후배 직원들이 입사 10년 내에 모두 정비 명인이 될 수 있도록 제가 보유한 기술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파하는 일이야말로 포스코의 경쟁력 향상에 큰 힘이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죠.”

화려한 서커스처럼 한순간에 빛나는 인생이 아니라, 깊은 산골짜기에 피어난 소담스러운 들꽃처럼 소박하고 잔잔한 그의 인생이 있어 대한민국 철강산업은 오늘도 화려하게 불꽃을 피워올리고 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기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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