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ulture > 주요기사 > 2018.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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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육아수업
올해 소원도 '우리 아이 좋은 대학 보내기' 인가요?
 

“공부가 다는 아니야.” 많은 부모가 하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이왕이면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고, 내 아이는 웬만큼 하리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안달을 내게 되고, 결국 치열하고 살벌한 경쟁 속에 억지로 줄을 세우게 된다. 이것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에 <웰스매니지먼트>에서는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이 결국 부모의 자녀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알려진 네덜란드 아이들의 삶을 직접 경험한 황유선 언론학 박사의 글을 연재한다.

‘아이를 더 잘 양육하겠다’ = ‘아이의 성적을 더 올리겠다?’
새로운 한 해다. 각자의 결심이 서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하나 더 공통된 바람이 마음속에서 자라난다. 모두가 마음먹는다. 올해는 내 아이를 더 잘 양육해야지 하고 말이다. 이 때, ‘아이를 더 잘 양육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학업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할 것인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한 체력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요즘 떠오르고 있는 자존감 높이기에 주력할 것인가 등을 말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대개는 아이의 학업 성적을 올리는 데 관심이 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내 아이의 행복한 미래와 성공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모들의 올 한 해 목표는 내 아이가 더 탄탄한 실력을 쌓아서 발군의 학업 실력을 발휘하도록 애써보는 데 쏠린다. 대한민국의 교육현실 속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가 커서 대학에 진학할 때면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내 아이는 과연 어떤 학과에 진학해야 할 것인가. 소위 인기학과, 명문대학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삶이 절반의 성공을 이룬 듯 부모들은 뛸 듯이 기쁘다. 이 역시 틀리지 않다. 인기학과가 인기 있는 이유는 졸업 후 안정적이고 비교적 고소득을 보장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학과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드디어, 부모들의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양육이라는 단어가 대학생이 된 자녀에게 못내 어울리지 않기도 하거니와 다 큰 자녀를 어떻게 더 양육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자녀는 원하지 않아도 독립을 해야 한다. 자신들의 앞에 펼쳐질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가야 하는 시기가 비로소 도래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자녀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혹은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중년쯤 되면 우리가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리고 꽤 공감되는 얘기들이다.

“내가 고작 이거 하려고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공부했나?”

“쟤는 나보다 공부도 못했는데 지금 나보다 훨씬 잘 사네.”

“당장 회사 그만두면 뭘 해야 하나.”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우리 모두가 동기부여를 망각한 채 대학만을 향해 달려왔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할 때야말로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할 때 과연 얼마나 자녀의 동기부여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 돌아볼 시점이다.
과학을 공부할 때는 과학적 호기심이 선행되면 좋다. 뉴턴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들어 냈다는 일화를 예사로 넘기면 안 된다. 사회 공부에 더 없이 좋은 교재는 각종 뉴스와 사설이다. 역사와 지리에 뛰어난 인재가 되려면 실제 현장을 답사해보고 많은 역사적 사실과 증거들을 보고 들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내 자녀가 어떤 분야에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지켜보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하다. 당장 치러야 할 시험이 여러 개고 다른 과목도 공부하기 바쁜 데 ‘한가하게’ 사회 돌아가는 상황이나 탐색하고 사색할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차마 할 말은 없다.

초등학교 때 대학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네덜란드
이런 점에서 사실 네덜란드 부모들의 내공은 대단하다고 할만하다. 그들은 자녀가 자신의 흥미를 발견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하다못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수도서목록조차도 건네지 않는다. 소위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하면서 자녀가 그 길을 따라 가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빨리 가는 길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네덜란드에는 Cito-test라고 해서 초등교육과정이 끝나는 즈음 모든 학생들이 치르는 국가시험이 있다. 만 12세가 되면 네덜란드의 학생들은 Cito-test 결과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시험 성적이 좋은 상위 20퍼센트의 학생들은 학문중심 대학 진로를 목표로 하는 6년제 중등교육과정에 진학하고, 그 아래 20퍼센트는 직업전문대학에 진학하기 전 다니는 5년제 중등교육과정에 진학한다. 나머지 60퍼센트는 대학에 가는 대신 전문직업인이 되기 위한 4년제 직업전문학교로 가게 된다.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이른바 인문계, 실업계로 아이들의 미래가 나누어지는 것이다. 대학을 갈지 안 갈지를 초등학교를 마치면서 결정하게 된다니, 우리 관점에서는 좀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부모들은 이 시스템에 대부분 만족한다. 합리적이라고 여긴다. 정작 본인들은 학문중심 대학을 나와서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아이가 반드시 6년제 중등교육과정에 진학해서 자신들과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부모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아이가 공부를 싫어하는 데 억지로 공부를 하면서 불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자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하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지도록 만들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의 자유에서 행복이 싹튼다

네덜란드 부모들이 자녀에게 냉정하고 자녀교육에 관심이 없다고 여긴다면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어쩌면 네덜란드 부모들이 취하는 이런 방식의 양육이 더 어려운 것일 수 있다. 그들은 자녀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누구보다도 후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자녀가 무엇에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지 살펴야 하고 자녀가 원하는 길을 다방면으로 모색해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방임형 양육이 아닌 오히려 자녀에게 철저하게 집중하는 개인별 맞춤 자녀양육인 셈이다.

또 다른 점이라면, 네덜란드 부모들의 목표는 오로지 자녀가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리고 내 자녀가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 자녀에게 딱 맞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맹목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경쟁하고 좋은 성적을 냄으로써 더 좋은 대학, 더 인기 학과에 들어가는 것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준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사람들인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그들이 왜 행복하냐고 물으면 “우리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해보면, 그들은 원하는 삶의 방향, 지향하는 미래를 선택하고도 먹고 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내가 한국의 부모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그 나라는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기 때문에 마음껏 미래를 선택하고 굳이 대학에 안 가도 되는 것 아니겠냐고 나에게 되물어온다. 그렇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건국할 때부터 그런 나라 이런 나라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내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도 먹고 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하면 대학을 좀 더 공정하게 들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소외된 사람 없이 대학의 문을 더 넓게 열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어쩌면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 다른 것인지 모른다.

내 자녀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행복해야 한다. 남들이 다 부러워할지라도 본인 속이 시커멓게 타 있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니 새해에는 좀 색다른 소망을 세워보자. 내 자녀가 어떤 일에 동기부여가 되어 있으며 어떤 일에 눈을 반짝이고 있는지 발견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것이 바로 내 자녀를 행복한 성공, 즉 진정한 성공으로 이끌어 준 단서다.


 
 


황 유 선
 

•언론학 박사
•<네덜란드 행복육아> 저자
•전 중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전 KBS 아나운서

편집국 기자 admin@fntimes.com 기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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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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