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ulture > 주요기사 > 2018.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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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육아수업
부모들, 모두 미래학자가 되어야 할 때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는 10년 후가 아니라 5년 뒤의 삶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는 하도 급격해서 지구의 탄생만큼이나 인간에게 충격적인 영향을 미친다. 4차 산업혁명, AI,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 블록체인,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팅. 미래를 묘사하는 대표 단어들이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어떻게 바뀌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우리는 모른다.

급변하는 미래,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부모 입장이 되면 이 불안감은 배가된다. 미래는 곧 자녀의 삶이기에 그렇다. 미래학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향후 없어질 직업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미래의 주역으로 살아가야 할 내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인가, 좀 더 솔직히 말해 어떤 직업을 가졌을 때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맥락의 부모 고민이 한국 부모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부모들이 자녀를 바라보며 유사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IT 강국의 대열에 서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측면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랑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글로벌 IT 영역에서 지금까지는 선두였지만, 이미 다른 나라와의 그 격차가 미미해졌다는 뜻이다. 기술적 역량만으로 딱히 차별화 될 시점은 지났다. 기술의 대변혁을 앞둔 지금, 한국은 결코 IT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아직 4차 산업과 연관된 변화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도, 인프라도, 전문가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조건을 두루 갖춘 네덜란드는 어떠할까. 네덜란드도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 땅도 척박하고 기후조건도 협조적이지 않으며 주변의 강대국으로 둘러 싸여 있다. 또 한국과 마찬가지로 IT 선진국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와이파이는 바로 네덜란드에서 고안된 기술이다. 네덜란드 사회 전반에는 IT 인프라가 확실하게 깔려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농업, 원예, 축산 선진국 네덜란드는 모든 생산과 수출 공정을 디지털화해서 관리하며 세계 최대 수출 강국의 명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현격하게 다른 점이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철저하게 개방성을 지향한다. 네덜란드는 그들이 작은 나라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일찌감치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자국의 기술은 세계화하고 외국의 문화는 폭넓게 받아들인다. 바깥세상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며 조금이라도 이점이 있으면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변화의 물결을 타고 유연하게 행동해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매우 잘 사는 선진국 이른바 강소국이 됐다. 네덜란드의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3D 프린터로 다리를 만들어 건설하기도 했으며, 농식품 및 의학 등 각 산업 분야에서도 3D 프린터로 상품을 만들어 실용화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이렇게 앞서나갈 수 있는 이유는 실용성을 강조하고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 된다는 대답보다는 가능하다는 대답을 앞세우고 활발하게 변화에 동참한다. 어쩌면 IT 강국 네덜란드의 명성은 이미 한국과의 격차를 저만치 벌리고 있는 중이다.


미래 변화에 대한 부모들의 대비가 선행돼야
이와 같은 국가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에까지 이어진다. 유럽국가라는 이점이 있기도 하지만, 네덜란드 부모들은 자녀가 가능한 많은 외국 문화를 경험하고 시야를 넓히도록 권장한다. 네덜란드라는 작은 공간에만 머물면서 네덜란드만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그 안에 안주하는 삶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부모들이 자녀에게 바라는 딱 정해진 ‘성공의 길’, ‘옳은 길’, ‘좋은 직업’이란 없다. 자녀가 소질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곧 자녀의 미래를 밝혀줄 비전이 된다고 믿고 격려한다.

더 중요한 건 부모들도 미래를 공부하려 하는 모습이다. 부모들 역시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려서 여러 가지 가능성과 변화를 익히려고 노력한다. 부모들이 살아온 과거의 방식을 자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네덜란드식 성공 공식 같은 건 없다.

그런데 자녀의 미래에 임하는 한국 부모들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세상이 불확실하게 돌아갈수록 더욱 공고히 자녀교육에 몰입한다. 그런데 그 교육은 부모들이 30년 전 경험했던 내용과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2학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밤 10시가 넘은 시간까지 바퀴 달린 캐리어 속에 무거운 영어 수학 교재를 넣고 끌며 학원을 전전하는 모습은 절대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학원에 전가한 나머지 아이들은 이제 코딩 학원에도 가야 하는 상황이다. 빼곡히 채워진 사교육 스케줄은 불안한 부모 마음에 위안이 된다.

하지만 세상이 예측도 안 되게 바뀌는 마당에 30년도 더 된 구닥다리 방식을 답습하는 교육이 정말로 자녀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초등학생이 중학생 수학 문제를 술술 푸는 것만으로 미래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될 수 있을까. 지금 급한 것은 30~40년 전의 공부방식이 아니라 미래 시대에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지식과 기술이다. 그게 무엇일지 부모가 함께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걸 부모가 모른다는 것이다. 부모는 내 자녀가 맞이할 미래 세상의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는가 묻고 싶다. 가령,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산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운송서비스는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각광받을 신규 서비스는 무엇이고 사라질 영역은 무엇이 될지 자녀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운전기사는 정말 없어지는 직업일까, 운전을 안 해도 된다면 자동차 실내에는 어떤 디자인과 기능이 필요할까, 사람들은 움직이는 차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될까. 이런 주제들로 자녀와 가벼운 토론은 해보았는가.

부모들이 미래에 대한 식견 없이 자녀에게 과거를 강요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얘들아, 너희들이 살아가게 될 미래사회는 말이다”하면서 아주 구체적인 얘기를 적어도 한 두 개는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부모가 대비해야 한다. 당장 오늘부터 책도 좀 찾아보고, 강연이 있으면 들어보고,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떠한지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자. 내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편집국 기자 admin@fntimes.com 기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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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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