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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조건, ‘백만장자’ 넘어 ‘천만장자’ 시대

  • 입력 : 2022-04-19 15:56
  • 수정 : 2022-04-20 14:56

VVIP 자산 눈덩이...인플레·금리상승 자산시장 변곡점

하나은행이 발간한 〈2022 Korean Wealth Report〉

[한국금융신문 홍기영 기자] 모두가 부자 되기를 꿈꾼다. 부동산, 주식, 채권, 가상화폐....부자가 되려면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지금까진 그리고 앞으로도 부동산이 부자 재산목록 1순위인 것만은 틀림없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초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부자로 보는 기준이 크게 올라갔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금리가 오르고 일부 자산 가격은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하는 구조적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부자들은 누구인가?

글로벌 컨설팅회사 Capgemini(2021)는 2020년 기준, 전세계 부자의 수는 2080만명, 이들이 보유한 부의 규모는 79조6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한국 부자의 수는 26만1000명으로 세계 부자의 1.3%를 차지한다. 부자가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총인구의 2%인 658만명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 일본(354만명), 독일(154만명), 중국(146만명), 프랑스(71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 세계 부자들이 보유한 부의 규모는 7.3% 증가했는데 북미 지역에서 부의 규모는 11.9%라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아시아 지역은 부의 증가율이 8.4%에 달했고 중국(13.5%), 홍콩(12.1%), 한국(9.2%) 대만(9%) 순으로 높았다.

우리나라를 들여다 보자. 예전에는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달러 가치로 백만장자)을 부자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강남 지역 30평형 대 아파트 한 채 가격이 30억~40억원대인 시대가 됐다. 이처럼 부자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돈의 가치가 떨어져 부자가 가진 부의 규모가 급증하면서 부자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 1백억대 자산을 가지고 있는 ‘천만장자’는 돼야 진정한 부자라는 인식이 생겨날 정도다.

한국 상위 1% 순자산 최소 29억원

지난 해 대한민국 상위 1%에 드는 부자의 순자산 커트라인은 29억2010만원에 달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3억1010만원(11.9%)이나 높아진 것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가 발간한 <2022 대한민국 상위 1%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51억원에 이른 반면 평균 부채는 4억7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부자 가운데 VIP를 넘어 VVIP라고 여겨지는 상위 0.1%에 진입하려면 부채를 뺀 순자산이 최소 77억원을 웃돌아야 한다. 이는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인 5억2500만원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산층을 웃도는 대중 부유층의 총자산 평균(14억8000만원)의 약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부자는 건물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상위 1% 부자 가구의 자산 구조를 보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이 82.2%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가운데 빌딩·토지·오피스텔 등 투자 부동산 비중이 48.1%를 차지해 주거용 부동산(30.6%)을 크게 웃돌았다.

부자들의 자산 구성에서 금융자산 비중은 17.8%에 머물렀다. 상위 1% 부자 가구를 나이로 보면 60대가 34.6%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50대(25.3%)와 70대(21.4%)가 이었다. 3040세대 비율은 10%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부채 의존도는 낮지만 부동산 보유에 편중된 자산 배분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수익성-위험을 반영해 자산배분구조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달라진다. 선진국 자산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를 주식과 펀드(50%), 부동산, 대체투자 및 실물자산(30%), 채권과 현금성 자산(20%) 등으로 짠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자산에 대한 편향성 보단 다변화 전략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팬데믹에 커진 금융자산 확장성

하나은행이 최근 발간한 <2022 Korean Wealth Report>를 보면 대한민국 부자의 거주지에 대한 이미지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곳은 강남·서초·송파구 등 ‘한강 변의 높은 고급 브랜드 아파트(37%)’로 성북·용산·종로구 등 전통적인 부자의 거주지(27%)를 앞질렀다.

팬데믹 기간, 부자의 금융자산은 확장성이 커졌다. 특히 주식, ETF, 펀드 등 직·간접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보수적으로 투자하던 성향에서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부자는 일반 대중이나 대중 부유층에 비해 주가 등락에 따라 쉽게 매도하지 않는 성향을 드러냈다.

하나은행은 보고서에서 부자는 평균적으로 보유 주식종목이 23%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하고 주가가 15% 하락하면 손절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해외주식으로 눈길을 돌리는 부자들이 늘어났다. 특히 수익률이 높은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투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영리치가 바꾸는 재테크 시장

베이비부머의 자산이 자식에게 이전되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자산을 형성한 젊은 부자(영리치)가 늘고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출발해 가상화폐를 통해 돈을 모으거나 남다른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한 자수성가형 영리치도 적지 않다. MZ세대 영리치가 모이는 곳에 수입차, 명품이 팔리고 돈의 흐름이 형성된다. 그래서 영리치를 겨냥한 금융회사 PB들의 자산관리 영업이 활기를 띤다.

하나은행 조사에 따르면 2040세대인 영리치는 50대 이상의 올드리치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영리치는 토지나 주거 목적의 주택보다는 상업용 부동산을 선호한다.

또한 영리치는 금융자산 가운데 25%가량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비중은 8:2로 조사됐다. 그리고 영리치는 주식이나 예금이 아닌 금융자산 가운데 MMF, MMDA 등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아 보험, 연금 비중이 높은 올드리치와 차이를 보였다. 영리치의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은 이유는 경제환경 변화, 대출 규제 등으로 현금 보유를 통해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가상자산·아트 투자도 주목

비트코인, NFT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부자들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영리치의 21%, 올드리치의 5%가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투자 이유는 ‘가격 급등락 시 차익 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 또는 ‘장기적 관점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자산 규모나 연령과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성으로 가상자산은 아직 투기나 도박에 가깝다는 인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작품은 개인적인 취향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투자대상 자산으로 떠오른다. UBS와 아트바젤이 발표한 <2021년 아트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고액자산가 콜렉터의 50%가 전체 자산의 10~50%까지 미술품에 투자하고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MZ세대 부자다. 영리치는 미술품 컬렉션 시장에서 전통적인 자산가와 함께 활동이 왕성한 투자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홍기영 기자 k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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