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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설계] 노후자금 어떻게 굴리고 어떻게 받는 것이 유리할까?

  • 웰스매니지먼트 Vol.197
  • 입력 : 2022-05-11 10:55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노후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낮아진 금리와 늘어난 수명으로 인해 은퇴자들은 노후자금을 더 이상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맡겨 둘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늘어난 수명만큼 노후자금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이제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됐다. 노후자금의 수명을 늘리려면 저축에서 투자로 노후자금의 서식지를 옮길 수 밖에 없다.

01. 중도에 투자금액을 인출하지 않았을 때

수익률 순서에 따라 은퇴자 A씨와 B씨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투자 기간은 14년이라고 하자. 은퇴할 당시 A씨와 B씨가 보유한 노후자금은 1,000만원이다.

먼저 A씨는 처음 7년 동안은 수익을 내고 이어진 7년 동안은 손실을 봤다. 반대로 B씨는 처음 7년 동안 손실을 보고 나중 7년 동안은 이익을 봤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4년 동안 B씨는 A씨와 정반대 순서로 수익률을 얻은 것을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얻은 수익률의 순서는 정반대지만, 투자 기간 동안 얻은 산술평균 수익률(연 5%)과 기하평균 수익률(연 3.8%)은 동일하다.

그러면 14년이 지난 다음 A씨와 B씨 중 어느 쪽 계좌에 더 많은 자금이 남아 있을까. 전반부 7년 동안 수익을 냈던 A씨의 계좌일까, 아니면 후반부 7년 동안 수익이 났던 B씨의 계좌일까.

먼저 A씨 계좌부터 살펴보자. A씨 계좌의 잔고는 처음 1,000만원으로 시작해 7년이 지났을 때 2,880만원까지 늘어난다.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계좌 잔고가 감소하기 시작해 투자 기간이 끝났을 때는 1,684만원이 남는다.

B씨는 투자를 시작하자마자 7년 동안 연속해서 손실을 본다. 7년 차가 끝났을 무렵 B씨의 계좌에는 585만원이 남아 있다. 8년 차부터는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계좌 잔고가 늘어나기 시작해 14년 차가 끝났을 때 계좌에는 1,684만원이 남게 된다. 중간에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참고 이겨내면 결국에는 A씨와 동일한 수익을 얻게 된다.

02. 매년 일정한 금액을 인출하면 어떨까

투자자금을 인출하지 않았을 때는 수익률 순서와 무관하게 연평균 수익률이 같으면 투자 기간 말에 잔고는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노후생활을 하려면 투자자금 중 일부를 빼서 생활비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투자자금 중 일부를 빼서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수익률 순서에 영향을 받지 않고 A씨와 B씨는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A씨와 B씨가 매년 초에 100만원을 빼서 생활비로 사용한다고 해보자.

A씨는 첫해 1,000만원에서 100만원을 떼어 생활비로 쓰고 900만원을 투자한다. 첫해 10% 수익을 내서 연말 잔고는 990만원이 된다. 두 번째 해가 시작될 때 다시 100만원을 빼서 생활비로 쓰고 890만원을 투자한다.

이번에는 15% 수익을 내서 연말에 계좌 잔고가 1,024만원으로 불어난다. 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해나가면 7년 차에 1,525만원을 정점으로 잔고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14년 뒤에는 367만원이 남는다.

B씨는 어떨까.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첫해에 100만원을 떼어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는 데다 -3%의 손실까지 입는 바람에 잔고가 873만원까지 줄어든다.

이렇게 계속해 손실을 보면서 생활비까지 빼서 쓰면 계좌 잔고가 눈에 띄게 빠르게 감소하게 된다. 급기야 8년 차에는 잔고가 모자라 60만원만 인출할 수 있고, 이후에는 계좌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더 이상 생활비를 꺼내 쓸 수 없다.

투자기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A씨와 B씨가 같았다. 다만 수익률을 맞이하는 순서가 달랐다. A씨는 전반부에 수익을 내고 후반부에 손실을 봤다. 반면에 B씨는 전반에 손실을 보고 후반에 수익을 냈다.

계좌에서 자금을 빼서 쓰지 않을 때는 수익률의 순서가 잔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금을 인출하게 되면 수익률 순서에 따라 계좌 잔고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를 ‘수익률 순서 위험(sequence of return risk)’이라고 한다.

03. 정액이 아니라 정률로 인출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매년 일정한 돈을 인출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초 계좌 잔고에 남아 있는 금액에서 일정 비율만큼 꺼내 쓰는 방법은 어떨까. A씨와 B씨 모두 매년 초 계좌에 남아 있는 금액의 10%를 생활비로 꺼내 쓰는 것으로 가정해보자.

A씨의 경우 첫해에는 은퇴자금 1,000만원에서 10%에 해당하는 100만원을 꺼내 생활비로 사용한다. 나머지 900만원을 투자해서 10%의 수익을 내면, 연말에 계좌에는 990만원이 남는다.

2년 차에는 990만원의 10%에서 해당하는 99만원을 생활비로 인출하고 나머지 금액을 투자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면, 8년 차까지는 매년 인출하는 금액이 늘어나다가 이후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인출액도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14년 차 말에는 계좌에 385만원이 남는다.

같은 방법으로 B씨도 매년 초에 계좌 잔고의 10%를 인출한다고 해보자. B씨는 A씨와는 반대로 전반부에 손실을 보기 때문에 8년 차까지는 계좌 잔고와 인출액이 계속해서 줄어든다.

하지만 후반부에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계좌 잔고와 인출액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투자기간에 끝날 때는 A씨와 마찬가지로 계좌에는 385만원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률 인출 방법을 택하면 매년 인출하는 금액을 조정해 나가면서 투자기간 도중에 파산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률에 따라 매년 인출하는 금액이 들쑥날쑥하는 게 문제다.

A씨의 경우 7년 차에는 139만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지만, 14년 차에는 44만원밖에 빼 쓸 수 없다. B씨는 첫해에 100만원을 쓸 수 있지만 8년 차와 9년 차에는 28만원만 빼 쓸 수 있다.

그나마 은퇴생활 전반에 수익률이 좋아야 투자기간 내내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인출할 수 있다. A씨가 14년 동안 인출한 금액은 전부 합하면 1,414만 원이다. 한 해 평균 101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한 셈이다.

이에 비해 B씨는 14년 동안 665만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다. 한 해 평균 47만원을 쓸 수 있는 셈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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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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