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뉴스 해설

‘기금운용 손실 눈덩이’ 위기의 국민연금

올들어 손실 44조원...900조원 지키기 위태
약세장 지속에 전문운용역 이탈 대책 절실

국민연금 글로벌기금관 전경, 사진제공= 국민연금공단

[한국금융신문 김민정 기자] 전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이 투자 손실로 900조원을 유지하기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국민연금 운용자산 규모는 매년 불어나며 지난 해말 949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 들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외 주식·채권 가격 하락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2018년에 이어 4년 만에 연간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5월까지 누적 수익률 마이너스 4.7%

7월 29일 국민연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이 -4.73%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올들어 5월까지 국민연금 손실 규모는 44조원을 웃돌아 지난해 국민연금 가입자에 지급한 연금 급여 총액(29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평가액은 912조3550억원이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 151조9천90억원(16.7%), 해외주식 243조1890억원(26.7%), 국내채권 317조5360억원(34.8%), 해외채권 64조352억원(7.1%), 대체투자 131조7390억원(14.4%) 등이다.

올해 누적 수익률을 살펴보면 해외주식이 -8.61% 수익률을 기록해 가장 손실이 컸고, 국내주식(-7.68%), 국내채권(-4.19%), 해외채권(-2.50%) 등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대체투자만 4.44%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가속화 우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지정학적 이슈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돼 운용수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만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

같은 기간 국내 증시 벤치마크인 코스피는 9.8%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 변동을 대표하는 MSCI 세계지수(ACWI)도 12.1% 하락했다.

채권 수익률도 주식 못지않게 부진하다. 전방위 물가상승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 국내외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 가격이 하락해 평가손실이 크게 늘어났다.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등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대체투자만 유일하게 수익을 내며 전체 수익률 하락에 안전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투자 수익은 보유 자산의 가격 변동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자·배당 수익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 환산 이익에 따른 것이다.

국내주식 비중 축소 방침 논란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은 더 늘이겠다는 방침에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27일 ‘국민연금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2023~2027년)’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올해 말 기준 16.3%에서 2027년까지 14%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반해 해외 주식 비중은 현재 26% 수준에서 2027년까지 40.3%로 높이기로 했다. 국민연금측은 해외 주식투자 확대로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향후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돈을 내주기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충격을 미리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보유주식 매각은 약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뜩이나 수요기반이 취약한 국내 증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반대론도 만만찮다.

전문인력 이탈로 운용역량 훼손 우려

국민연금 내부적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가운데 기금 운용역들도 올 상반기 14명이나 줄퇴사하면서 기금 운용에 적신호가 켜졌다. 해외·대체투자 전문 인력이 민간운용사로 대거 이탈하자 사기저하와 함께 기금 운용에 차질을 빚는다. 기금 운용 전문 인력이 380명 정원 대비 20% 가까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상체계 개선과 함께 지방 근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주 본사와 서울 본부를 이원화해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 웰스매니지먼트 & Wealth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