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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의 보루, 퇴직연금 재테크의 모든 것 (1) 퇴직연금, DB형과 DC형 뭐가 좋은가?

  • 웰스매니지먼트 Vol.200
  • 입력 : 2022-08-02 09:58

DB형은 자산 지키기, DC형은 투자로 불리기
회사규모·직급·임금체계… 투자성향 따라 선택

[한국금융신문 홍기영 기자]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A 부장(54)은 요즘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임원 승진을 앞두고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연말 인사에서 탈락하면 퇴직이 바로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의 연봉은 거의 동결된 상태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1%대 쥐꼬리 수준이다.

지난해 펀드투자에서 10% 이상 높은 수익률을 거둔 직원 얘기를 들을 때면 자신만 낙오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올 들어 금융환경은 달라졌다.

물가 상승에 금리도 급등한다. 주식에 올인한 사람은 큰 손실을 보고 울상이 됐다. A 부장이 경리담당 직원에게 알아보니 회사는 퇴직연금제도를 DB형과 DC형 복수로 운영하고, 근로자는 기존에 가입한 DB형을 DC형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

우량주 주가가 폭락한 만큼 퇴직연금 적립금을 은행 예·적금에 맡기는 대신, 자신이 펀드로 운용하면 퇴직 시 손에 쥐는 금액을 더 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 시기까지 돈을 잘 굴려 노후에 사용할 목돈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DB·DC 중 본인에게 적합한 방식 선택… IRP는 개인 여유자금 운용계좌

퇴직연금은 직장인이 제2의 인생을 대비하는 금전적 기반이다.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퇴직연금은 ‘3층 연금 구조’를 이룬다. 이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빠른 퇴직연금은 노후 준비의 필수항목이다. 회사 근속기간은 짧아지는데 기대수명 연장에 은퇴 후 노후기간은 길어진다.

퇴직연금의 중요성은 소득공백기 더욱 커진다. 퇴직연금은 자신이 납부하는 개인연금과 달리, 재직 기간 중 무조건 쌓이는 자산이며 그 금액도 작지 않다. 장기간 운용하는 특성에 따라 작은 수익률 차이에도 복리 효과는 노후자산의 커다란 격차를 가져온다.

퇴직연금은 산정방법에 따라 크게 확정급여(DB: Defined Benefit)형과 확정기여(DC: Defined Contribution)형으로 나뉜다. DB형이 소극적으로 ‘지키는’ 자산이라면 DC형은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투자 수단으로 볼 수 있다.

DB형과 DC형 가운데 본인에게 적합한 퇴직연금은 재테크 관심도와 회사규모, 직급, 임금체계 등 기본적인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개인형 IRP는 회사와 관계없이 개인이 추가로 퇴직연금을 넣어두는 전용계좌다. 세액공제 혜택이 큰 IRP는 근로자가 여유자금을 적립, 운용하고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계좌다.

먼저 DB형은 과거 퇴직금처럼 근로자가 퇴직 때 받을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해 사전에 확정되는 제도다. DB형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30일분 평균임금에 계속근로기간을 곱해 퇴직급여를 산정한다.

평균임금이란 퇴직일 이전 3개월간의 임금총액을 3개월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퇴직 전 월급이 많을수록 퇴직급여를 더 많이 받는 것이다.

DB형은 회사가 자금을 운용한다. 임금인상률·퇴직률·운용수익률 등에 변화가 생기면 회사가 그 위험을 부담한다. 그래서 DB형 가입자는 별로 고민할 게 없다.

DC형은 가입자가 머리를 써야 하는 퇴직연금 제도다. 회사가 근로자 퇴직연금 계좌에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이체하면,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연봉 수준과 근로기간이 비슷해도 근로자가 자신의 계좌에 이체된 돈을 어떤 금융자산에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수령하는 퇴직급여는 달라진다.

투자성과는 근로자 운용 능력에 좌우된다. DC형 가입자는 투자위험을 직접 부담한다. DC형 가입자가 운용에 무관심할 경우 자신의 노후자산을 방치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직무성과·임금상승… 유·불리 달라져

근로자에게는 DB형과 DC형 가운데 어떤 것이 유리할까?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선호하는 근로자에겐 DB형 퇴직연금이 바람직하다. DB형은 임금 상승 기회가 높고 승진이 기대되는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근무연수가 쌓이면 월급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제와 높은 임금상승률은 DB형 가입자에게 퇴직급여를 끌어올리는 핵심요소다. DB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임금과 함께 퇴직급여도 오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승진 길이 막힌 경우 DB형은 퇴직급여가 줄어들거나 정체되는 결과를 빚는다. 또한 경기가 부진하고 업무 성과가 나빠져 연봉이 깎인다면 쪼그라든 연봉에 근무연수를 곱한 만큼 퇴직연금이 줄어드는 불리한 상황이 빚어진다.

이처럼 근로자 성과나 업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적으로 조정하는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는 경우는 DC형이 유리할 수 있다. DC형은 근로자의 투자성향, 운용 역량에 따라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률로 퇴직연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근로자 이직이 잦은 경우 역시 DC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데는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퇴직연금 수수료(보수)는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로 나뉜다. DB형과 DC형의 운용관리, 자산관리 수수료는 퇴직연금 도입 기업이 지불한다.

한편 DC형과 IRP형은 퇴직연금 자산을 펀드에 투자할 경우 펀드 관련 비용이 추가되는데, 이 비용은 가입자가 부담하게 된다.

원리금보장형보다 실적배당형 늘어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95.6조원으로 2022년 초 3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유형별로는 DB형 171.5조원(58.0%), DC형 77.6조원(26.2%), 그리고 개인형 퇴직연금(IRP형) 46.5조원(15.7%)이 각각 적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유형별로는 원리금 보장형이 255.4조원으로 전체의 86.4%를 차지했고 실적배당형은 40.2조원으로 13.6%였다. 실적배당형 상품은 전체 금융권에서 비중은 작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특히 증권사에서 DC형과 IRP형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021년 각각 55.5%와 53.6%로 절반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지난해 평균 2.00%에 그쳤다. 이는 전년(2.58%) 대비 0.58%p 감소한 것이다. 최근 5년 및 10년간 퇴직연금 연환산 평균 수익률은 각각 1.96%, 2.39%로 집계됐다.

상품유형별 연간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이 1.35%에 머문 반면, 실적배당형은 6.42%로 이보다 크게 높았다. 제도유형별 수익률을 보면 DB형 1.52%, DC형·IRP특례 2.49%, IRP 3.00%로 각각 나타나 DC형과 IRP형이 DB형 수익률을 압도했다.

국제적으로 퇴직연금 가입 현황을 봐도 DC형 퇴직연금 비중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윌리스 타워스 와트슨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 7개 국가의 DC형 퇴직연금 비중은 2000년 35%에서 2020년에는 53%로 높아졌다.

호주의 DC형 비중이 2020년 86%로 가장 높고 미국은 DC형(IRA 포함) 비중이 64%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저성장·저금리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노후생활을 뒷받침해주는 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연금자산 수익률 증대를 위한 노력이 커진 것이 DC형 비중 증가의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A 부장이 기존의 DB형 퇴직연금에서 DC형으로 이전하는 절차를 살펴보자. 회사가 DB형과 DC형 모두를 도입한 가운데 정책적으로 변경을 허용한다면 근로자 스스로 유리하다고 보는 퇴직연금 제도유형을 선택해, 정해진 시기에 다른 제도유형으로 이전을 신청할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는 퇴직연금 제도 이전을 통상 1회 허용한다. 따라서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DB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다. DC형으로 퇴직연금을 이전하게 되면 그때부터 본인이 운용의 주체가 된다.

먼저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해 이전 업무를 진행한다. 이전 퇴직급여를 정산해 새로운 DC형 계좌에 돈이 입금되기까지 2주 이상 걸린다. DC형 계좌에 부담금이 들어오면 운용할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으로 날개 단 DC형

7월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 제도는 DC형 자산운용 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킬 ‘태풍의 핵’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명확한 투자 선택 지시가 없을 경우 사전에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가 지정해 놓은 투자 상품에 투자한다는 소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입자를 비롯해 금융회사마다 퇴직연금 수익률 향상에 노력을 기울인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과 수수료율 등에 따라 자금이동이 활발해진다.

A 부장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퇴직연금 펀드 상품으로는 은퇴시점에 맞춰 알아서 자산을 배분해주는 TDF(타깃데이트펀드), 고물가 시대에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주목을 받는다.

특히 연금투자자가 ETF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반 펀드보다 낮은 비용(보수)로 다양한 지역 및 섹터에 분산투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폴트옵션 제도를 뒷받침할 TDF의 개발이 활발하다.

무엇보다 펀드 관련 수수료 증가에 따른 저수수료 펀드의 개발이 필요하다.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은 쥐꼬리에 불과한데 금융회사가 수수료를 챙기는데 혈안이 돼서는 곤란하다.

근로자 스스로도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분산투자하며 정기적인 점검하는 태도를 갖춰야만 DC형, IRP형 연금에서 차별화된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홍기영 기자 k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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